한 차례 실패한 천겁의 기록
먹구름이 짙게 깔린 도시의 하늘 위에는 소용돌이 속 검은 중심부가 드러나고, 그 사이를 가르며 천둥번개가 쾅쾅 울렸다.
그런 와중에, 젊은이들 몇 명이 한데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내 룸메에 대해 말하자면... 그 '임소'라는, "
그들 중 한 청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약간 미친 것 같아. 난 걔가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어."
그의 곁에 앉은 청년이 맥주 한 캔을 따며 거들었다.
"걔를 두고 벙어리라고 하며 다 봐주잖아, 게다가 아무런 표정도 없다니까. 빨리 집을 구해서 나가버렸으면 좋겠어. 정말 꼴도 보기 싫어. 시발."
요란한 천둥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귀청을 찢을 듯 울렸고, 폭우가 쏟아졌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 존나 오네."
방금까지 투덜거리던 청년은 시선을 들어 하늘을 보더니 갑자기 멍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저거..."
그는 주춤하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셋째야, 저 빌딩 옥상에 있는 사람 말이야, 그 멍청한 얼굴(死人脸) 그놈 아니냐?"
셋째라 불린 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했다.
"진짜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쟤 진짜 정신병 있는 거 아니야?"
"우울증 아니면 자폐증이야, 뭐 둘 다 정상은 아니지만."
청년은 남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어, 셋째야. 쟤 품속에 뭔가 가지고 있는 거 봤어?"
"정신병자가 좋아할 만한 게——검을 들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러나 그 물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그들이 알고 있는 상식 이상의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자색 번개가 새카만 하늘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구불거리는 모양을 그리며 저 높은 빌딩 옥상의 한 사람을 향해 곧장 내리쳤다. 그 찰나의 빛이 너무나도 눈부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거리에선 적잖은 사람들이 비를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대며 "X성의 거대한 천둥번개가 마치 세계의 종말을 방불케 하는데 대체 어느 도우(道友)가 여기서 천겁을 겪은 거야?" 하는 글을 남겼다.
——이게 바로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임소를 본 순간이었다.
임소가 정신을 차렸을 무렵, 그는 자신이 누워있음을 깨닫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눈을 뜨려 애썼다.
"바보가 깼구나!"
억센 사투리가 섞인 한 마디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임소의 몸은 즉시 굳었고, 눈꺼풀은 태산처럼 무거웠다. 뼈 틈새로 녹이 슨 듯해 하마터면 숨조차 멈출 뻔했다.
난 대인기피증이 있어, 정말이야.
임소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공기는 습하고 썩는 냄새가 지독했다.
그는 진기(真气)를 운행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왜 또 인기척이 없어?"
그 목소리는 귓가에 계속 울렸고, 아마도 목소리가 우렁찬 아주머니인 것 같았다. 그녀가 손을 뻗자, 임소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
점점 다가오는 신체의 열기를 상상하자 임소의 감각기관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임소가 갑자기 눈을 뜨자, 아주머니도 깜짝 놀랐다.
"옘병!"
임소는 온몸이 뻣뻣해져서 겨우 몇 번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사방을 둘러보았다.
침대 앞에 있는 아주머니는 몹시 험상궂게 생겼는데, 삼베로 지은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머리는 틀어 올려 가는 나뭇가지를 꽂고 있었다. 절대 현대식 차림새가 아니었다.
임소는 낡은 초가집에 누워있었다. 이 초가집은 낡아도 너무 낡은 데다가 벽이 움푹 파인 곳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고전 영화를 찍는다 해도 이렇게 허름한 집을 짓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임소 : "..."
인계(人间)의 대재앙이다.
임소는 그저 천겁—건너기만 하면 곧 비승할 수 있는—를 건널 계획이었는데, 하필이면 저녁 늦게 수업이 있는 바람에 도시 외곽의 산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도시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일을 망친 원흉은 바로 빌딩의 거대한 피뢰침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천뢰(天雷)가 임소의 몸에 부딪히지 않고 피뢰침에 이끌려 땅속으로 흘러가버렸다. 수선자가 성실하지 않고 심지가 굳건하지 않아, 외부 물건을 빌려 천겁을 피하려 했으므로 그 또한 예외 없이 천벌을 받아야 했다. 무거운 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고, 가벼운 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 임소의 상황처럼.
그는 정말이지 빌딩의 피뢰침이 뜻밖에도 천뢰까지도 흡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현대 물리가 날 방해했구나.
임소는 입과 코를 통해 오염된 기(氣)를 내뱉고 신선한 기(氣)를 들이마시며 한차례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경맥이 극도로 둔하고 근골이 놀랄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 몸을 보고 자질이 평범하다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과 다름없었고, 수선을 하고자 하면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것과 같았다.
그는 부정행위로 인해 징계를 받은 학생이었고, 재수강은 물론이고 교과서까지 갈기갈기 찢긴 상태였다.
아주머니는 그가 멍청하게 있는 모습을 보더니 화도 안 나는 지 한숨을 내쉬었다.
"근 10년을 멍청하게 있더니 역시 좋아 보이진 않구먼. 온종일 구석이란 구석은 다 헤집고 다니다가 이번에는 물에 빠졌으니 뭐라도 기억하려나."
먼 곳에서 어떤 남자가 무어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자, 아주머니는 "에잉" 하고 혀를 차며 임소가 덮은 이불 귀퉁이를 꾹꾹 눌러주고는 돌아섰다.
아주머니의 손이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자 임소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호흡곤란을 겪다가 겨우 회복했다.
아주머니의 이런 행동은 분명 호의였지만 그래도 사람과의 접촉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녀가 덮어준 이불은 이상하리만큼 눅눅하고 쇠붙이처럼 차가웠다. 차라리 덮지 않는 게 나을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복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아주머니의 기척이 멀어지길 기다리던 임소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손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나무판자 문을 열고 바깥을 살폈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하나같이 낡아빠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뿐이었는데, 아마도 마을인 것 같았다. 임소가 있는 집은 마을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지, 그 너머에는 경작지였던 것 같은 황무지가 있었다. 그보다 더 먼 곳은 짙은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빛이 이상하고 매우 어두워 새벽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집집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저녁이라 해도 순 억지였다. 하늘이 온통 어둑어둑하고 달과 별도 없으며 해질 무렵의 그림자조차 없어 귀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니, 몹시 재수가 없어 보였다. 임소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려는 찰나, 바깥에서 마을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앞으로 나가려던 두 다리는 슬그머니 움츠러들었다. 그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방 안은 정말 변변치 못했다. 모든 물건이 낡고 어지럽혀져 있었다. 가구라고는 침상과 그 앞의 탁자 하나 뿐이었고, 거울조차 없어 자신의 모습도 비쳐볼 수 없었다. 임소는 아주머니의 '바보', '미친놈'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자신은 분명 지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형처럼 생겼으리라 추측했지만 도저히 자신의 용모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손을 뻗자 잡초와 다를 바 없이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만져지는 바람에 임소는 절로 숨이 턱, 막혔다.
때마침 마당에서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임소가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흰 사발을 들고 문턱을 넘으며 마치 개를 부르듯 말했다.
"바보야, 밥 먹어라!"
큰 소리로 부른 아주머니는 그 바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표정은 여전히 정상이 아닌 것 같았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주머니가 눈살을 찌푸렸다.
"물에 빠지더니, 어째 더 멍청해진 거 같기도 하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탁자 위에 그릇을 올려두고는 바로 나가려 했다.
이 세상에 고요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바보는 그 중 하나였다. 왜냐면 어느 누구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건 임소가 지금까지 추구하던 바였지만 지금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는 반드시 누군가와는 교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곳에서 바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임소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지만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곰팡이가 핀 방에서 곰팡이가 핀 이불을 덮고 있는 바보는 더더욱.
그래서 아주머니가 나가려고 할 때, 그녀의 뒤에서 약간의 떨림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해요."
아주머니가 외쳤다.
"아이고!"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렸다.
"너 이제 바보가 아니구나!"
임소는 삐그덕 소리가 날 것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금방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출 것처럼 기뻐하더니, 곧 바깥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바보가 이제 바보가 아니야!"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문 앞에 누런 얼굴에 비쩍 마른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목을 쭉 빼고 방안을 바라보았다.
"이제 바보가 아니라고?""저 바보가 정말로 바보가 아니란 말이야?""바보는 역시 멍청한 게 아니었어!"
임소 : "..."겨우 바보 하나가 갑자기 총명해졌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큰 소동이 일어나다니?
아주머니는 그릇을 내려놓고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나아가 임소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너... 너 뭔가 생각나는 거 없니?"
임소 : "!!"임소는 아주머니의 손에 붙잡히자마자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해져 감전되기라도 한듯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났다.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뜻밖에도, 아주머니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부디 저희를 구해주십시오!"아주머니가 무릎을 꿇자, 마을 사람들도 잇달아 그녀를 흉내 내듯 문밖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저희를 구해주세요!"
임소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단어를 조합하려 애썼다. 그들이 왜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탓인지 제대로 된 말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내가 뭘 해야 해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말을 했다. 특히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가장 컸는데, 다행히도 임소는 말을 거의 못할 뿐이지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가능해서 겨우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했다.
10년 전, 대체 어떤 요마 혹은 귀신이 장난을 쳤는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엄청난 재앙이 닥쳤고, 마을 전체가 위태로울 때 지나가던 한 선인(仙人)이 법술을 썼다. 10년의 효력을 가진 법술을 해준 대가는 이 마을에 바보 하나를 맡기는 것이었다. 선인이 말하길, 그 바보는 자신의 제자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선인에게 법술이 10년을 간다면, 10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선인은 기봉을 두드리며 그저 "기연이 오길 기다리라"는 무당의 호언장담 같은 말만 연발하다가 떠났다. 현재로 돌아와서, 10년이 거의 다 지나가고 법술로 만들어둔 보호막도 곧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한데 이 바보가 총명해지니, 이게 바로 기연이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고, 갑자기 정신을 차린 이 바보에게 부디 대처 방법이 있길 바라는 것이었다.
임소는 밖을 내다보았다.과연 그런 광경 ——요사스러운 안개는 온 들판을 뒤덮었고, 들은 바에 따르면 안갯속에서는 생기가 모두 사라져 완전히 활시(活尸)와 악귀가 되었다. 마을 전체가 바다 위의 외딴섬이나 다름없었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식조차 없어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도 나갈 방법이 요원했으며 임소마저 대책이 없으면 이곳에 갇혀 있어야 했다.
임소는 어릴 적부터 수련해왔다. 근골이 상당했고, 10여 년 동안 수련하여 순풍을 탄 돛단배처럼 순조롭게 대승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천도에 의해 이곳으로 유배되었다. 갇혀있는 신세는 물론이고 타인과 이야기까지 해야 하니 정말이지 마주쳐 본 적 없는 종류의 난관이었다.
임소는 제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단어를 잘 조합하여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검이 있나요?"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임소를 바라보더니 양 무릎에 힘이 풀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보가 하루아침에 똑똑해지더니 이렇게 침착하고 품위 있게 말하다니, 역시 고상한 인품의 선인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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