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天 흑천

黑天 흑천 1화 - 미확인 메시지(未读信息)

0.< 2021. 8. 24. 17:52

링크 : http://www.jjwxc.net/onebook.php?novelid=3028499&chapterid=1


친애하는 집행 장관님, 당신에게 아주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죠.


 

 

신은 한때 이 은하수의 조각을 눈여겨 보았고, 이곳에서 영면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에스더 《영원한 고향은 없다》

 

 

 

이 흑설 송림은 이미 오랜 세월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다. 시들어 떨어진 침엽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였지만 신기하게도 나뭇잎이 썩는 듯한 시큼하고도 쿰쿰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숲 속을 맴도는 고즈넉한 향기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 속에는 1인용 냉동 캡슐 25개가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 

 

 

냉동 캡슐은 네모 반듯하게 배열되어 있었고, 단단히 봉인된 유리 덮개 안에는 뿌연 서리가 잔뜩 끼었다. 

그중 하나가 날카로운 경보음을 울리며 숲의 정적을 깨뜨렸다. 

"에너지 부족, 결함 발생."

"경고. 냉동 캡슐의 작동이 곧 중단됩니다. 5초 이내에 에너지를 보충하십시오."

"카운트다운, 5"

"4"

"3"

"2"

"1"

"새로운 에너지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냉동 캡슐이 정지-"

'정지힙니다'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미건조한 전자음이 뚝 끊겼다. 

 

후욱——

냉동 캡슐이 작동을 멈추고 금속 보드 사이로 김이 새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리 덮개에 끼어있던 서리는 긴급 가열 시스템에 의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러자 캡슐 속에 냉동되어 있던 창백하고 잘생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썹 뼈에 달려있는 자잘한 얼음들은 그를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생기가 없어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치 오래전에 잠들어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리가 거의 걷혀갈 무렵, 완벽한 곡선을 그리는 아름다운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솔직히 말해, 인체를 냉동시키는 이 금속 덩어리들은 '캡슐'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 모양은 전혀 달랐다. 

냉동 캡슐들은 윗부분의 폭이 좁고 아래가 길어, 말의 얼굴과 비슷한 육각형이었다. 전혀 혹감이 가지 않는 모양새로, 사람을 그 안에 눕히면 그야말로 규격에 맞춰 짠 관과 다를 바 없었다. 

 

냉동 캡슐의 설계도면이 나왔을 당시, 추스는 우주 교도소의 폭동을 처리하느라 몹시 바빴다. 사흘 넘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그 일에만 매달려 있느라 낯빛은 우중충하고 온몸이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때, 운수 없는 설계 디자이너가 추스의 사무실에 노크하고 들어와 두툼한 도면 뭉치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규정에 따르면, 냉동 캡슐에 관련된 모든 서류는 안전 빌딩 5호 사무실 즉, 집행 장관의 심사 및 동의를 거쳐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 외관 설계도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추스가 바로 그 5호 사무실에 있는 집행 장관이었다.

추스는 도면 뭉치의 두께를 보자마자 두 눈을 감은 채 디자이너의 현란한 설명을 흘러넘기며 바로 마지막 페이지로 넘겨 서명을 휘갈겼다. 

 

완제품이 출시되는 날, 추스는 정교하게 재단된 셔츠 차림으로 안전 빌딩 최상층에 있는 회의실에 앉았다. 그곳에서 추스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늙은이들의 디자인에 대한 욕설을 들었다. 

그들은 꼬박 두 시간에 걸쳐 노발대발했지만 이 뻔뻔스러운 종자는 듣기만 할 뿐,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반성하기는커녕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행성의 수명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어요. 여러분들과 나는 이 냉동 캡슐에 누울 일이 절대 없을 거란 얘깁니다. 못생겼으면 못생긴 대로 두자고요."

그 노인네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결국 추스가 이 말을 한 지 5년도 지나지 않아 행성이 폭발했다. 

추스는 정말로 이 못생긴 냉동 관 속에 눕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걸 보면 나쁜 짓을 많이 하는 바람에 하늘조차 그를 외면했고, 이게 바로 업보라고 할 수 있었다. 

 

추스는 유리 덮개 아래에서 기침을 몇 번 하며 폐 속에 남아있던 냉기를 마저 뱉어냈다. 그 후에야 손가락을 움직여 캡슐 내부의 안전장치를 조작할 수 있었다. 

온몸의 근육과 뼈가 뻣뻣하여 덮개를 여는 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졌다. 적어도 반나절은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실제 땅을 밟았기 때문인지 추스는 비틀거리다가 결국 냉동 캡슐에 기대 앉았다.

겨우 반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냉동 캡슐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유리 덮개 위에는 두 문장이 떠올라 있었다. 

가라 시간(迦罗时间) 13:20:07

낭내온도 : 신(新) 섭씨 영하 206° 

 

13시는 오후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시간이었지만 추스의 머리 위에는 온통 별천지였다. 주변은 마치 한밤중처럼 고요했다. 

추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공기가 매우 답답했다. 그는 분명 냉동 캡슐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무언가로 가로막힌 것처럼 호흡이 시원찮았다. 어쩌면 폐가 아주 얼어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뚜둑——

그때, 뒤에서 갑자기 바짝 마른 침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발에 밟힌 듯했다.

"거기 누구야?!"

추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누구냐 묻는 것과 동시에 추스의 손가락은 버릇처럼 허리춤을 향했다. 

다행히도 냉동 캡슐에 들어갈 때 상황이 너무 긴박했기 때문에 그는 총을 따로 빼놓지 못했다.

 

추스가 총의 안전장치를 젖히자 '딸깍'하는 소리가 고요 속에서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자, 자, 잠깐! 지금 나가요! 쏘지 마세요!"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냉큼 대답하며 다른 냉동 캡슐 뒤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대걸레의 둥근 손잡이처럼 생긴... 최소 2년은 진흙탕에서 구른 것 같은 행색이었다. 

 

추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살핀 뒤에야 어렵사리 대걸레 위쪽에 있는 눈 한 쌍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머리카락과 구레나룻을 오랫동안 다듬지 않은 사람이었다. 

"또 누구지?"

추스의 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에 걸려 있었다.

 

대걸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손을 번쩍 든 항복 자세를 유지하며 고개만 살짝 돌려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비교적 작은 체구의 대걸레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작은 대걸레는 큰 대걸레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를 흉내 내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지, 진정하세요. 정말 우리 둘 뿐이고, 다른 사람은 없어요."

큰 대걸레가 추스의 총을 주시하며 말했다. 

"난 지금 아주 침착해."

추스가 대답했다.

 

"못 믿겠어요. 제가 냉동 캡슐에서 막 나왔을 때는 너무 배고파서 인육이라도 먹을 정도였는데."

대걸레의 목소리에 의심이 섞였다. 추스의 얼굴은 여전히 냉랭했다.

"너희보다 깨끗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겠군."

 

대걸레는 말문이 막혔다. 심지어는 약간 섭섭하기까지 했다. 

"우리도 고작 반년 동안 씻지 못했을 뿐인데... 그나저나 총 좀 치워줄 수 있어요?"

사실 이 총은 냉동 캡슐 안에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아직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추스는 나쁜 놈이었고 그는 정체불명의 큰 덩치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대답했다.

"기분 봐서." 

 

"그럼 지금 기분이 어떤데요?"

대걸레가 물었다.

"썩 좋진 않아. 숨쉬는 게 답답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의 공기는 답답하다 못해 사람이 본능적으로 짜증이 치솟게 만들었다. 

 

대걸레가 '오' 하며 말끝을 늘이더니 기가 죽어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저희도 아주 오랫동안 답답한 상태로 지냈거든요."

대걸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목을 보았다.

그제야 추스는 그의 손목에서 무언가가 푸른빛을 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스마트 워치의 화면 같았다.

 

"제가 이걸 만져도 될까요?"

대걸레는 추스의 총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총을 쏠까 봐 겁먹은 것 같았다.

추스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지만 대걸레는 조심스럽게 화면을 건드렸다. 

 

무미건조한 전자음이 울렸고, 추스 또한 내용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지면 온도 : 신(新) 섭씨 5°

습도 : 건조함

경고 : 산소 함유량이 정상치보다 매우 낮고 임계치까지 32분 57초 남았음

이런 종류의 경보는 추스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는 각종 안전 실험 보고회에서 이런 말을 들어왔다. 그에 따르면 산소 함유량 임계치는 인간의 생존 한계에 대응했다. 만약 산소 함유량이 임계치를 밑돈다면 그곳에 있는 사람은 곧 질식사하기 쉬웠다.

대걸레가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이거 봐요, 당신이 굳이 총을 쏘지 않아도 우리 수명은 33분도 안 남았어요."

 

그 말을 듣자 추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냉동 캡슐의 설계 이념은 매우 특별했다. 에너지원은 모두 폐기 가스가 변환된 것이었고, 배출되는 가스에는 오히려 산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어느 정도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였다. 

이런 원리와 기능은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대걸레는 추스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그를 따라 땅에 놓인 냉동 캡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알지만 소용없어요. 벌써 50년이 지났고,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고요."

추스의 얼굴에 드디어 약간의 표정이 나타났다.

"몇 년?"

 

대걸레가 돌파구를 찾은 양 과감하게 화면을 조작하자 기계 특유의 전자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현재는 신(新) 양력 5763년 4월 29일, 가라 시간——"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대걸레는 중간에 뚝 멈추게 하고는 웅얼거렸다.

"이해해줘요, 배터리를 아껴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추스는 대걸레가 무슨 말을 하든 전혀 듣지 않았다. 

 

5763년?!

추스는 5713년 12월 27일의 저녁 무렵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차가운 흑설 송림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는 창가에 서서 의사에게 말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인 통신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우주 교도소의 위험인물이 추스에게 강제로 보낸 메시지를 읽은 바로 다음 순간, 경보가 울렸다. 

——지구 중심 에너지 반응 프로세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속화되어 제어 불능 상태임. 팽창 속도가 상한치를 초과하여 통제할 수 없음. 철수는 3분 11초가 걸릴 것으로 예상됨.

 

쉽게 말하자면, '별이 폭발하려고 하니 다들 빨리 뛰어라.'

 

추스는 혼란이 극에 달했던 그 3분 동안 땅이 어떻게 진동하며 무너졌는지, 그들이 어떻게 1분 1초를 다투며 파편 계획을 작동시켰는지, 별장에서 흑설 송림의 냉동 캡슐로 철수했던 그 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모든 것들이 아직도 눈에 선해, 마치 캡슐 안에서 겨우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벌써 50년이 지났단 말인가?!

 

순간적인 놀라움으로 인해 추스의 심장이 뛰는 속도가 달라져 산소 소비량이 늘어났는지 한 차례 경악이 지나가자 추스는 주변이 더 답답해졌다고 느꼈다. 

대걸레는 추스의 표정을 보고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심호흡! 심호흡하지 마요! 가뜩이나 산소가 부족하단 말이에요! 우리에겐 겨우 3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잊지 말라고요... 그쪽은 뭔가 좋은 방법이 생각나나요? 전 좀 멍청해서 당신보다 3년 먼저 깨어났지만 아무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일찍 죽고 싶진 않아요. 게다가 질식사는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단 말이에요."

 

이 사람은 말이 굉장히 많아서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그 바람에 추스는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지금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에 더해 아무 방법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조용."

추스가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은 바로 그 순간, 그의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우웅- 하고 진동했다. 

 

추스는 의아해하며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제야 냉동 캡슐에 들어가면서 손에 쥐고 있던 통신기를 닥치는 대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던 기억이 뒤늦게 떠올랐다. 

통신기는 스마트 워치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좀 더 많았다. 아무리 절전 모드로 설정되었다고 해도 50년을 버텼다면 그건 이미 기적이었다. 

방금 울린 그 진동은 '배터리 부족, 곧 전원이 꺼집니다'라는 뜻이었다.

 

추스가 바로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으려던 찰나, 화면에 미확인 메시지가 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추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내용을 볼 필요도 없었다. 추스는 이 메시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필경 추스의 개인 통신 채널을 마치 제 집인 양 착각하고 제멋대로 구는 그 미친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는 우주 교도소로부터 온 것이었다. 

[친애하는 집행 장관님, 당신에게 아주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죠. 

저 탈옥했어요.]

——세이어 양

추스 : "......"

제기랄,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기도 하네.

 

 

+) 작가의 말 발췌 : 埃斯特《永无之乡》 - 이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 21.02.26 본문 전체 수정

+) 21.08.24 본문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