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天 흑천

黑天 흑천 2화 - 위험분자(危险分子)

0.< 2021. 9. 26. 19:05

링크 : http://www.jjwxc.net/onebook.php?novelid=3028499&chapterid=2


 

세이어 양이 심심해할 때마다 안전 빌딩의 관리들은 목을 매달고 죽고 싶어 했다.


 

 

만약 안전 빌딩의 노인네들이 이 황당무계한 메시지를 봤다면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이들을 위해 구조대를 불러야 했을지도 몰랐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절반 이상이 솟구치는 혈압으로 기절할 테고 어쩌면 인공호흡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추스는 이 두 문장을 읽고도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그도 산소 부족 증세가 더 심해진 탓인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100년 동안 외따로 떨어져 있던 우주 교도소는 처음 설립된 순간부터 안전 빌딩 5호 사무실의 감시 및 관리 대상이었다. 그곳에는 행성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이 갇혀 있었고, '악마 수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무작위로 아무나 골라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세이어 양은, 역대 골칫거리 중에 최고였고 폭탄으로 치자면 피해범위를 감히 추정할 수조차 없었다. 

 

애당초 세이어 양을 체포하여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만도 17년이 걸렸다. 게다가 그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경위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이 위험 분자는 비록 교도소에 갇혀있다고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세이어 양이 교도소에 들어온 이후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5호 사무실의 집행 장관은 최악의 지위로 전락하여 3년에 한 번 꼴로 사람이 바뀌었다. 

추스가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 이 저주는 끝없이 반복되었다. 

전임자가 그렇게 빨리 사직하지 않았다면 추스처럼 젊은 나이에 집행 장관 같은 고위직은 넘보기 어려웠다. 

 

추스의 표정이 어찌나 흉흉한지, 대걸레는 여전히 방아쇠에 걸려있는 추스의 손가락을 힐끔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대걸레는 매우 조심스럽게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나쁜 소식이라도 있어요?"

추스는 시선을 돌려 대걸레를 바라보았다. 

"전대미문의 수용자들로 소문난, 우주 교도소에 대해 알고 있나?"

 

대걸레는 애써 웃음 지었다.

"당연하죠. 내 형제가 그곳의 교도관인걸요. 당신 안색만 보면 무슨 악마들이 집단으로 탈옥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추스는 손에 들고 있던 통신기를 살짝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이 소식을 들을 바엔 다른 죄수들이 집단 탈옥했다는 게 나을 것 같거든."

"......"

대걸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거 정말 무섭게 들리는데... 차라리 질식사가 나을까요?"

추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네."

 

대걸레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옆에 있던 작은 대걸레를 끌어안았다.

"우리가 이렇게 무서운 소식을 함께 들었으니, 어찌 보면 환난을 함께 한 사이인데 그 총 좀 내려놓으면 안 될까요? 우린 정말 악의가 없어요."

추스가 총을 다시 허리춤에 넣자, 대걸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작은 대걸레를 데리고 추스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갔다. 

두 사람은 반년 동안 씻지 못했다는 말을 입증하듯 일거수일투족 '향기로운 냄새'를 풍겼다. 그 냄새는 마치 하늘이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내린 인간형 생화학 무기 같았다.

 

그 냄새는 너무 지독해서 되려 머리를 맑게 해 줬다. 덕분에 추스는 뒤늦게 자신이 메시지가 수신된 시간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거기서 한 걸음만 더 오면 네 발가락과는 이별하게 될 거야."

추스는 다시 총을 꺼내 들었다. 당황하여 입을 벙긋거리는 대걸레가 다가오는 걸 막은 추스는 통신기 화면을 두 번 건드렸다. 

 

화면 위에는 세이어의 메시지 아래에 시간이 또렷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화면 위에 떠오른 세이어의 메시지 아래에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5736년 2월 18일

추스는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

 

추스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63이 아니라 36이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 메시지는 수신된 지 27년이 지난 것이었다. 27년이라는 시간은 우주선을 만들어 쏘아 올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 빌어먹을, 다 헛소리야!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면, 되려 걱정할 게 없을 때도 있다. 

행성은 폭발하여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뉘었고, 그들은 이 망망대해의 작은 티끌이 되었다. 우주 교도소는 추스가 감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었으며, 가장 위험한 인물은 27년 동안 탈옥하여 자유를 누렸다.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이 또 있겠는가? 

있을 수 없었다.

 

대걸레는 상념에 빠진 추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영문을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며 추스를 향해 스마트워치를 흔들었다. 

그가 손을 흔들 때마다 코를 찌르는 '향기'가 바람을 따라 실려왔다.

"......."

추스가 말했다.

"양손을 달고 다니는 게 귀찮으면 내 기꺼이 널 위해 한쪽을 부러뜨려줄게."

 

대걸레는 잽싸게 손을 거둬들였다. 

"저, 저는 그저 알려주려고, 벌써 2분이나 지났으니 우리한테는 겨우 30분 남았어요. 그쪽은 어지럽지 않아요?"

추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 냄새 때문에 더 울렁거려."

하지만 추스는 대걸레의 냄새를 질색하면서도 그의 말까지 무시하진 않았다. 27년 동안 제멋대로 뛰어다녔을 폭탄 하나를 이제 와서 어떻게 묶어둘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먼저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볼 방법이 더 중요했다. 

... 별들도.

 

추스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흑설 송림에는 묵은 흙과 썩어가는 침엽, 그리고 25개의 냉동 캡슐이 전부였다.

바닥에 쌓인 나뭇가지 사이로 별이 총총히 떠 있는 하늘 아래 검은 형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아, 맞아. 저기 별장이 있어요."

공기 중에 산소가 너무 적은 와중에 말을 많이 한 탓인지 대걸레는 숨을 헐떡였다. 대걸레는 가까이에 있는 냉동 캡슐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캡슐 받침대의 공기 배출구에 얼굴을 가져다 댄 뒤에야 한결 나아진 호흡으로 말했다. 

"별이 폭발하기 전에 정부 소속 장관이 종종 휴가를 왔었는데, 어느 부서 소속인지는 몰라요."

 

대걸레가 말하는 장관에 대해 추스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종종 휴가를 나온 장관이었으니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추스는 의사와 영양사, 경호원을 대동하고 반년마다 이곳에 와서 일주일씩 머물렀다.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옆에 있는 냉동 캡슐에 누워있었다. 추스보다 운이 좋아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았고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추스의 일행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추스는 이 두 명의 대걸레를 그동안 본 적이 없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여기엔 다른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데." 

추스가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대걸레는 공기 배출구에 코를 쑤셔 넣을 기세였다. 그는 작은 대걸레를 품에 안은 채 설명했다. 

"당신도 알겠지만 여긴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은데 일 년에 아주 잠깐만 사람이 왔다가 간단 말이죠. 그래서 우린 가끔 여기에서 몰래 야영을 했어요."

추스는 '오' 하고 소리를 냈다. 

"뼈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12월에 캠핑을 왔다고."

대걸레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그건 내 평생에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일 거야. 마침 별장을 발견했는데 사람은 있으면서 반응은 없었거든. 그리고 종말도 만났지."

"그래요, 그건 아마 내가 평생 동안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일 거예요. 게다가 별장에서 사람들도 맞닥뜨렸고, 종말도 만났죠."

대걸레는 말을 마치고 또 스마트 워치를 힐끗 보았다.

"이제 27분 정도 남았네... 당신은 우리가 어떻게 야영을 했는지에 대해 계속 토론할 건가요? 난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더는 생각이 안 나요. 진짜 아무런 방법도 안 떠오르는 건가요?"

추스는 다리를 들어 가볍게 두어 번 찼다.

"물론 방법은 있지."

다만 추스는 이 두 사람이 정말로 무해한지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27분 안에 가능해요?"

대걸레는 그다지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추스가 대답했다. 

"아주 넉넉해. 네가 다리만 움직일 수 있다면야."

 

애당초 파편 계획을 준비할 때 이곳은 집행 구역 중 하나로 분류되었다. 별이 폭발할 때 별장의 일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부분의 냉동 캡슐을 흑설 송림에 배치했다. 더욱이 흑설 송림과 별장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철수하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별장 서쪽 지하 저장실에는 예비 캡슐 9개가 있었다. 

 

저장실 안에는 예비 에너지원도 있었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9개의 캡슐을 작동시키면 외부에 있는 24개의 캡슐보다 농도가 높은 산소를 뿜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잠시 뜸을 들이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추스는 '배터리 부족'을 끊임없이 알리는 통신기를 보며 은근히 짜증이 치솟았다.

당장은 못 쓰겠지만 다시 충전해서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지.

 

대걸레는 민간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인내력은 추스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지금 대걸레의 머릿속은 금붕어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대걸레는 방법이 있다는 추스의 말에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자신의 허리춤에 겨우 오는 작은 대걸레를 품에 안고는 비틀거리며 추스의 뒤를 따라갔다.

 

추스는 그들을 데리고 익숙하게 어둠에 잠긴 숲길을 걸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별장까지 겨우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장실을 열고 예비 냉동 캡슐을 재가동하는 것도 최대 5분이 고작일 테니 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또한 10분 정도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아 추스 또한 불편했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별장에서 50m도 남지 않은 지점에서 추스의 깜빡거리던 통신기기 갑자기 '띵'하는 소리를 냈다. 

 

추스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의아하다는 듯 통신기를 보았다.

진동은 배터리 부족을 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소리는... 이건 틀림없이 메시지 수신음이었다!

 

배터리가 부족해 화면은 다소 어두웠지만 추스가 알림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역시나 최근에 온 메시지가 있었다. 

추스는 미간을 좁히며 화면을 터치했다. 메시지의 내용이 나타났다.

[내게는 인정사정없는 집행 장관이 욕을 하지 않다니, 뜻밖이야.

달링, 답장이 없으니까 좀 지루한걸.]

—세이어 양

 

추스 : "......."

대체 어떤 미친놈이 27년이나 기다리다가 "너 왜 나한테 답장 안 해"라고 하지?!

하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 제일 죽을 맛인 지점은... 세이어 양이 지루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세이어 양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안전 빌딩 관리들은 목을 매달고 죽고 싶어 했다. 

 

 

+) 작가의 말 발췌 : 별의 폭발은 전체 붕괴가 아니라 대체로 붕괴한 상태이며 '폭발했다'는 것은 많은 것이 파괴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 장치도 있다.

+) 21.02.26 본문 전체 수정

+)21.09.26 본문 전체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