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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반사호는 우주를 대략 300 바퀴 정도 돌 수 있겠어.
당도 그랬지만 르펜 또한 성격이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때문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초면에 '바보들'이라는 별명으로 부르자 그 누구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잘 타는 류마저 눈살을 찌푸렸다.
"바보는 무슨 빌어먹을 바보!"
당은 입을 열자마자 이 한 마디를 외치면서 습관적으로 중지 두 개를 힘껏 내밀었다.
그러나 당의 손가락이 마저 펴지기도 전에 추스가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처럼 손을 뻗어 그 손가락을 내리눌렀다.
"에?"
당과 르펜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세이어 양은 씩 웃으며 포신을 어깨에 다시 메고 고글 너머의 왼쪽 눈을 살짝 감았다. 그는 당을 겨누고 있었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이 행동에 당의 동공이 수축하고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후——
포관을 스쳐 지나가는 기류는 가볍고 빨랐다. 당은 그 기류가 자신의 무릎에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조건반사처럼 무릎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당 : "..."
세이어 양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쉽게도, 쏘진 않았어."
당은 정말이지 저 얼굴에 대고 토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담벼락에 기대려고 했다.
"아쉽기는 웬 할아범! 그 R-72 로켓포는 또 뭔데, 넌 함부로 사람한테 겨누면서 인사하냐?! 내가, 시발, 진짜 너 뭐야?!"
르펜이 당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진정해."
그러면서 르펜은 품 속의 탄환을 만지작거렸다.
"... 너희 둘 다 좀 진정해."
류가 말했다.
류는 말없이 르펜의 소형 탄환을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벽 위의 불청객을 경계하듯 바라봤다.
추스는 머리가 아파왔다. 세이어 양, 이 양아치는 얼굴을 내민 지 2초도 안 되어 온 장내의 원한을 사고, 몇 사람의 속을 박박 긁더니 다른 이들이 그 자리에서 당장 그 자신을 죽이고 싶도록 만들었다.
이것도 역시 특출 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라도 척을 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갈 순 없는 건가?"
추스는 세이어 양을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너무 재미없잖아."
세이어가 한 번 웃고는 이어 말했다.
"그래도 장관님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 척을 지는 것 정도야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니지."
추스가 말했다.
"진지하게 제안하지만, 로켓포 한 발을 삼키고 머리를 맑게 하는 건 어때. 척을 너무 많이 지면 업보에 깔릴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줄 거야."
세이어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투명한 빛의 눈동자는 실눈을 뜰 때 유난히 냉정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말 한마디 없이 사람을 우주에 내던지는 것도 업보에 깔릴 수 있다는 걸 진지하게 깨우쳐 주는 편이지."
추스 : "..."
그 순간만큼은 반성하는 일이 드물었던 추 장관마저 뜻밖에도 그의 말에 약간의 이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내 곧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자 추스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널 내던진 건 내가 아니니까, 넌 그 말더듬이에게 가서 물어봐."
세이어 양은 그 한 마디를 기다렸다는 듯이 추스가 말을 하자마자 눈을 한껏 휘며 또 한 번 미소 지었다.
그는 나른하게 '응' 하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난 그 말더듬이를 잡아왔지."
"..."
추스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너 뭐라고 했어?"
세이어는 허리춤의 무언가를 더듬었는데, 마치 달고 있던 무언가를 떼어내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 은색 물건은 반은 금속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반은 투명한 정육면체였다. 아주 오래된 하드 디스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손바닥 절반 정도의 크기였다. 세이어가 그 하드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달랑달랑 흔들자, 정육면체 안에서 지지직거리며 끊어지다 이어지길 반복하는 전자음이 흘러나왔다.
"여덟 개로 분해된 천, 천, 천, 천안 시스템이 당신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부디 지령을 내려주세요."
말이 끝나자, 그 정육면체는 사람이 훌쩍이며 우는 소리를 흉내 냈다.
추스 : "..."
추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눈으로 해체당한 천안의 핵심 판을 바라보며, 세이어에게 물었다.
"넌 도대체 무슨 노선으로 온 거야?"
"이 말더듬이 덕분이지. 눈 좀 붙이려던 찰나에 교도소에서 튕겨 나왔는데 다행히도 그때 자고 있지 않았어. 그래서 난 당직실에서 교도관 전용 1인 밧줄을 빌려 튕겨 나갈 때 문을 열고 용기둥에 걸었는데, 겨우 낭떠러지를 붙잡자마자 이 멍청이가 천이하더라고."
세이어는 이 부분을 말하면서 냉소했다.
천안이 다시 한번 훌쩍이자, 듣기에는 가엾기 짝이 없었다.
용기둥이 세이어 자신을 둘러싸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안, 이 머저리는 천이를 할 때 별의 파편을 자신의 꼬리처럼 여겨 용기둥의 보호 범위 안에 넣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천이한 후에 여덟 조각으로 해체된 것은 바로 세이어 양 자신이 되었을 터였다.
세이어는 한 손으로 담벼락 윗부분을 짚고 가볍게 뛰어내렸다. 추스의 얼굴 앞에 착지한 후, 씩 웃으며 짧게 흥얼거렸다.
"원래 난 지면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멍청이가 두 번째 천이를 했어."
추스 : "..."
그 두번째 천이는 추스의 명령이었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흔들어 표정을 감췄다.
당과 르펜은 화가 모두 가라앉지 않았지만 방금 세이어 양이 한 몇 마디에 주목했다. 말속에 있는 몇 개의 키워드는 확실히 귀에 익었——
뭐가 교도소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그리고 무슨 밧줄로 용기둥에 매달려?
용기둥, 그 물건은 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한순간에 온몸이 분해되어 진흙처럼 뭉개지고, 용기둥을 다른 물건으로 묶거나 씌우면 그것마저 용기둥이 내뿜는 에너지장에 영향을 받아 동화되었다.
이때 다시 가서 그 밧줄을 더듬어 보면 손은 온통 피투성이고, 피부가 찢겨나가 모두 가벼워졌다.
그러나...
그들 몇몇은 피를 흘리지도 않고 살갗이 벗겨지지도 않은 세이어 양의 두 손을 힐끔거리며 더욱 경계했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애초에 저 사람, 인간이 맞긴 한가?"
당이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자 그 사이에 모기가 끼어 죽을 수도 있을 듯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입술을 최대한 달싹거리지 않으며 말을 했다.
질문을 받은 르펜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세이어 양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당을 보았다.
"네가 목소리를 낮춘다고 해서 내가 못 들을 것 같아?"
당 : "..."
당은 저 사람에게 중지를 쳐들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 삼켰다. 당의 시선이 세이어의 팔에 채워진 검은 금속 고리를 스쳐 지나간 뒤 다소 놀라워하며 추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주 교소도 사람입니까? 그, 그럼 저 사람은 지금 교도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추스가 기력 없이 말했다.
"교도소도 세이어를 가둬두지 못한 거지. 탈옥했어."
다른 사람들 : "...."
그들은 각자 자신의 얼굴에 물음표 이외의 표정은 없다고 느꼈다. 탈옥한 죄수가 어떻게 교도소 감독 책임자와 마주 보고 서서 이렇게 말할 수가 있지? 말할 것도 없이 저 사람을 다시 잡아야 되는 거 아니야?
"장관님, 솔직히 말해서 저희도 탄약 보유량이 제법 되는 편입니다."
당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낮춰 한 마디 했다.
"장관님께서 잡으려고 하신다면...."
세이어는 눈썹을 살짝 올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더니,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나른하게 말했다.
"딱히 굥교롭진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나한테 반물질 마이크로 탄이 있네."
나머지 사람들 : "..."
세이어의 손바닥 위에 곱게 놓인 마이크로 탄은 모두 쌀알만 한 크기였다. 겉 부분은 특수 처리된 탄피였고, 이 마이크로 탄의 반물질 함량은 모두 합쳐봐야 약 30~40mg이었다.
듣기에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 별의 파편 전부를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파괴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추스는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 세이어에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쪽이랑 이야기를 하니 네가 여기까지 온 거야? 넌 뭘 하려고 바니부르크에 왔지?"
"알아맞혀줄래?"
이 건달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포관을 든 채로 대문을 향해 느리게 걸어갔다.
추스는 잠시 세이어의 뒷모습을 보며 뒤돌아 보지도 않고 몇 명의 뒤통수를 때렸다.
"가자, 저쪽이 선수 치기 전에."
세이어가 원인을 밝히진 않았지만, 지금 그의 행동을 보면 적어도 추스와 일행들을 노리고 온 건 아니었다.
당과 다른 이들은 서로 한 번 시선을 교환하고는 급히 따라갔다.
"장관님, 저 사람은 대체 누구죠?"
르펜이 참다못해 재차 물었다.
추스는 그 말을 되받아쳤다.
"이름은 세이어 양, 너희들도 아마 들어본 적은 있을 테지."
모두들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추스는 그들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몇 걸음 앞서가는 세이어 양에게 말했다.
"수고스럽겠지만, 탈옥수 양 선생은 손에 들고 있는 걸 돌려주시죠. 남의 무기를 훔쳐가 놓고 생색낼 생각은 아니시겠죠?"
세이어 양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걸어가는 와중에 포관을 살짝 흔들었다.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느껴졌다.
"보고합니다, 장관님. 이건 분명 당신께서 쓰고 버린 겁니다. 연료창에서 쓸만한 충전재를 좀 찾아서 그저 재활용한 거랍니다. 그렇게 억지를 부리시면 안 됩니다."
"난 원래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타입이라. 그리고 내 고글까지, 전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다니 참 감사하군요."
추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아예 몸을 돌려 중심보의 대문을 등지고 뒤로 걷는 세이어 양은 추스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채 걷히지 않은 자욱한 먼지와 불빛이 그의 배경이 되었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와서 빼앗아 가시죠."
추스 : "..."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로켓포를 안고 하늘로 같이 승천하는 게 낫겠다.
세이어 양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바니부르크의 중심보 대문은 폭격을 당해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알 수조차 없게 되었고 양쪽의 높은 방어벽은 뒤틀려 마치 맹수의 시뻘건 입 안처럼 모습이 바뀌어있었다.
세이어와 추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문으로... 아니, 구멍으로 들어가 비상 에너지 스위치를 더듬어 찾았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중심보의 모든 부분이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밝아졌다.
이들은 동쪽 지상 1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거대한 공간에 각종 첨단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크고 작은 봉우리에서 깊은 성벽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말을 하다 보면 약간의 메아리마저 들렸다.
가장 중요한 운영 센터는 지하에 있었다. 두 사람은 옆의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지하 1층의 전송평으로 걸어갈 때, 추스는 돌아서서 세 명의 바보들을 재촉했다.
"빨리."
그 두 글자는 어쩐 일인지 세 명의 '꿈속에서 노니는 여행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은 입을 벌린 채로 세이어 양을 쳐다본 이후에야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당은 입 안에서 '와, 시발'이라고 말하며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고, 두 걸음 정도 앞서 있던 르펜과 류도 그와 부딪혀 무릎을 꿇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추스에게 말했다.
"장관님, 지금 누구라고 하셨습니까? 세이어 양이요???"
추스 : "..."
세이어 양이 낄낄대며 비웃었다.
"바보들의 반사호는 우주를 대략 300 바퀴 정도 돌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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