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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니, 탈옥수 양 선생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추스의 인생을 말하자면 길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성구 형법에 따르면 30세부터 완전한 형사 책임을 졌고, 35세에 성인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60세의 나이는 아직 한창이었다. 

 

나비 섬이나 페이가 성처럼 일 년 내내 평안한 작은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나이 또래는 대학을 졸업한 지 겨우 6년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6년이라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200세 초반의 수명을 가진 별 안에서 정말 짧은 순간에 불과했고, 아직 학교의 그 풋풋한 기운을 다 벗지 못했을 가능성도 컸다. 

그런 인생에 비춰 볼 때, 추스의 경력은 확실히 매우 고달팠다. 

 

그가 태어난 곳은 지옥의 눈으로 볼리는 서서성(西西城)이었다. 그곳은 성구 세력이 분열하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을 목격한 곳이며, 합쳐졌다가 다시 갈라지고 무너지는 옛 중심이었으며, 일찍이 성구 경계의 이민자가 성행하던 시절의 유동 인구가 가장 많고 계급 구조가 가장 복잡한 도시였다. 이후 성간 100년 대혼란이 일어났을 때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기도 했다.

 

추스가 태어난 그 해는 대혼란이 끝난 지 꼭 20년이 되던 해였다. 성구 경계 이민은 모두 봉쇄되었고, 성구의 총영사 정부는 출번 120년 만에 모든 국면을 수습하고 다시 안정되었다. 

그러나 혼란 세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시시때때로 타(他)성구 정부와 결탁하여 머리를 들이대니 영원히 때려잡을 수 없는 두더지 게임 같았다. 

 

서서성은 역사적으로 가장 문제가 많았던 도시로,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고아가 되었다. 

추스도 그 중 하나였다.

 

서서성이 그 자체로 지옥의 눈이라면, 성립 고아원은 어두컴컴하고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동공이었다. 

하지만 추스의 가장 큰 고통은 그곳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여덟 살까지 고아원에 있다가 입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입양한 사람은 당시 군부의 3대 무기 전문가 중 하나였던 '장스'였다. 장스는 평생을 연구에 바친 덕분에 아내도, 자식도 없는 외로운 별의 팔자였는데, 5661년에 군부 회의에 참석하느라 거쳤던 서서성에서 추스를 만난 후 아들이 생겼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추스가 입양된 지 7년 만에 바니부르크 사건이 터졌고, 장스는 물론 군부와 정부의 고위직 관리들까지 모두 그 사건에 휘말렸다. 

 

5668년 그 해, 15살의 추스는 백매군사요양원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같은 나이의 세이어 양을 만났다. 그때의 세이어 양은 어슴푸레하게 나중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그 나이치고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거만하고 고분고분하지 않아 보일 뿐이었다. 오히려 그때의 추스가 심각한 정도의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고, 음울하고 과묵하며 독불장군이었다. 세이어 양에 비하면 마치 예비 교도소 수감자 같았다. 

 

12년 동안 백매요양원에 머물면서 백매독립군사학원의 커리큘럼을 수료한 추스는 졸업 당시에는 만 26세로 성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추스가 27살이 되던 해, 9명이 한꺼번에 입소했었다.

 

당시 훈련소에는 군부대를 표방하여 요양원이나 독립군사학원처럼 여전히 '백매'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훈련소에 5년 정도 있다가 떠났다. 연합소대로 집결되지 않는 이상 다수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어떤 신분,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는지는 서로 간에 모두 알 수 없었다. 

 

추스는 훈련소에 있던 시간이 매우 짧아 2년 만에 출영했다. 

그러나 세이어 양은 그보다 더 짧았고, 겨우 1년이었다.

 

5681년, 28살의 추스는 세이어가 떠나기 전에 그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 사이의 거의 없다시피 한 마음의 평화와 무미건조한 대화였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대화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2년 후, 훈련소는 안전빌딩 산하로 편입되었다.

또 2년 후, 그들은 분열되어 대립각을 세웠고, 세이어 양은 성구 전체에서 지명수배 되었다. 

 

이후 17년 동안 추스는 자신이 받은 임무 정보나 정부, 군부, 안전빌딩, 우주 교도소에 배포된 각종 공동 공문을 통해 세이어 양에 대한 각종 소식을 다시 들었다. 

 

5702년이 되어 왼쪽 신체의 큰 훼손으로 인해 추스는 훈련소의 훈련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5호 사무실로 옮기며 집행원으로서 처리한 첫 번째 공문은 세이어 양에 대한 것이었다.

정부와 17년 간 고양이와 쥐 놀이를 한 이 망명객은 마침내 우주 교도소에 들어갔다. 

 

돌이켜 보면, 그들은 60년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서로 얽혀있었고, 또 하나의 악연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전환과 관계는 해묵은 말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추스도 엉뚱한 사람에게 이런 세세한 것들을 설명하기 귀찮아 진을 향해 건성으로 손을 내저었다. 

"말을 아끼고 그냥 따라가. 네 목숨이나 잃지 않도록 조심하고."

최소한의 보장을 담은 이 말 한 마디에 진은 금세 마음이 놓였다. 더 이상 알아볼 것도 없이 작은 대걸레의 마른 손목을 감싸 쥐고 얌전히 뒤를 따랐다. 

 

본래 바니부르크가 들어선 땅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개발되지 않은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안내자가 없으면 이런 임야에 들어가더라도 방향을 전혀 잡지 못해 한 걸음도 제대로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당의 안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진은 사람 키만한 풀을 헤치며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이 풀줄기가 온통 가시라니, 젠장. 난 아마 지금 왼손을 주먹을 쥐면 고슴도치로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을 거야."

"안타깝지만, 지금은 고슴도치 따위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당이 한번 뛰어오르며 땅에 있는 어떤 함정을 뛰어넘어보더니, 고개를 돌려 주의를 주었다.

"발밑을 잘 보십시오."

"내 두눈이 멀어서 아무리 크게 떠도 잘 안 보이는데."

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추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마른 나뭇가지의 시든 잎 너머로 별의 바다가 지척에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과 마찬가지로,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는 당의 보폭을 정확히 따라 밟으며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두 걸음도 가지 못해, 바로 뒤에서 둔탁하게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 '으악'하며 소리치고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쉿——!!" 

당이 고개를 휙 돌려 경고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진의 비명소리가 뚝 그치더니 뻣뻣하게 굳어 나오려던 비명을 다시 꿀꺽 삼켰다.

"바닥의 나무는 뛰어넘었는데 발을 디딘 곳에 둥근 가지가 있어서... 미끄러질 줄은 몰랐어..."

 

당은 얼굴 절반이 넘게 산소마스크에 가려져 표정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십중팔구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

"어디로 미끄러졌습니까?"

진은 꼼짝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바닥에 쓰러진 풀줄기 위로 주저앉았는데, 좀 죽을 거 같아."

"설마요, 기껏해야 엉덩이에 가시가 박힌 정도일 겁니다. 기지에 약이 있을 겁니다."

당의 목소리에는 감추지 못한 웃음기가 있었다.

진은 말없이 중지 두 개를 치켜들었다.

 

작은 대걸레는 나무 뒤쪽에 서서 발을 들어 보폭을 가늠하더니 다시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짧은 다리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무줄기에 주저앉기라도 하면 사랑하는 아빠와 똑같은 고통을 느낄 게 틀림없었다.

"넌 정말 인재구나."

추스는 퉁명스럽게 말을 하며 뻣뻣하게 굳은 진을 부축하고 나무 줄기를 훌쩍 뛰어넘어 작은 대걸레를 끌어안았다.

"됐다, 빨리 가자."

 

"난 네가 나보다 애한테 훨씬 너그러울 줄 알았어."

진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색하게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추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당이 짧게 한 번 웃고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당신은 훈련소에 없었던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겁니다. 당신이 만약 우리 장관님께 5년 동안 혼나 봤다면 틀림없이 그를 보기만 해도 다리가 풀렸을 겁니다. 장관님도 어린것들에게는 약간 인내심이 있는데 특히 어렵게 큰 것 같으면 더합니다."

진 : "..."

 

그들이 길을 떠난 지 대략 10분이 지나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건 조립식 모듈하우스였는데, 창문 안에서 비치는 몇 개의 불빛으로 보아 대략 7개의 방이 있었고, 울타리가 둥글게 쳐져 있었으며 마당이 하나 있었는데 사방이 캄캄해서 마당에 뭐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울타리가 둥글게 벌어진 곳이 입구였다.

 

너무 초라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막 기지에 가까워졌을 무렵, 창문 몇 개가 벌컥 열리더니 그 안에서 머리통 몇 개가 이쪽으로 쭉 내밀고는 물었다.

"당! 파리 눈을 찾아냈——자, 잠깐만! 넌 어떻게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거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사람을 구했어?!"

"땅 밑에서 파낸 거 아니야?"

 

여러 명이 왁자지껄 떠드는 말속에 유쾌한 뜻은 조금도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었다. 

냉동 캡슐에서 나온 이후로 추스는 그들이 확실히 살아있고, 잘 살고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진지하게 깨달았다. 아마 조금 더 오래 살아있다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파리 눈 같은 일은 이따가 말해. 내가 누굴 찾아왔는지 너희는 아마 알고 싶지 않을걸."

당이 그들에게 말했다.

"준비 잘 해서 나오고 줄 서서 할아범이나 불러."

그들 : "..."

추스 : "..."

 

세 사람이 기지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추스는 방 안 여기저기서 '띵'하는 메시지 소리를 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망할, 범위를 좀 더 넓힐 순 없어? 사람들이 모두 기지에 들어온 이후에야 통신기가 알림을 울리는데, 시발 다 헛수고네!"

 

'통신기'라는 세 글자를 들은 추스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통신기를 꺼내 손가락 끝으로 몇 번 건드리며 메시지 창을 열었다. 세이어 양에게 보낸 자신의 메시지는 아직 맨 꼭대기에 있었고,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추스 : "..." 좋아,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니. 탈옥수 양 선생께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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